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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한국 노래

영화 “소공녀(2017)”, 그리고 Zion.T의 “눈(feat, 이문세)”

by is 2020.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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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영화 "소공녀"가 참 좋다.

이상하게도 뭔가 따뜻했다.

집도 없이 떠도는 주인공 미소를 보면

현실이 답답할 법도 한데,

긍정적인 그녀를 보면서

그냥 스스로에 만족하지 못하는

나를 반성하기도 했다.

이 영화의 주인공 미소(이솜)는

가사도우미로 일하면서

하루에 위스키 한 잔, 담배 그리고

그녀의 남자친구 한솔(안재홍)만 있으면 되는

아주 심플한 사람.

어느 날 갑자기 월세가 올랐다.

거기에 담뱃값까지 올랐다.

일반 사람(?)이라면

담배를 끊어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미소는 과감히 집을 포기한다.

그날부터 대학시절 같은 밴드부 출신의 친구들을 만나며

재워줄 수 있는지 부탁하고 다닌다.

큰 짐들과 계란 한 판을 사들고 가서

만나는 미소의 친구들은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

미소를 재워줄 여력이 안되는 친구,

남편이 아직 백수인 친구,

결혼한 지 얼마 안 돼 이혼한 친구,

미소를 며느리로 가두려는 집의 친구,

부잣집으로 이사 간 친구

친구들을 다 만났지만

결국 그녀를 받아줄 곳은 없었다.

남자친구인 한솔 역시 공장에서 일하다가

해외로 파견이 되어 출국을 하게 되면서

그녀는 혼자 남게 된다.

대학교 동아리 시절 찍은 사진, 모두 이때와는 사뭇 다른 인생들을 살고 있다, 미소만 빼고.

그리고 결국 위스키값마저 오르고

씁쓸하게 글렌피딕을 한잔주문을 하던 그녀의 뒤로

눈이 온다.

 

그 장면들 다음으로

친구들이 한 번씩 비치는데

다들 대학생 시절의 추억을 그리워하는 듯하다

 

마지막쯤에 다다라, 한 친구의 부모님 장례식에서

밴드부 친구들은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

그녀에 대하여 이야기하게 된다.

 

아무도 미소랑 연락하는 사람이 없다.

핸드폰이 끊겼기 때문에..

 

여전히 웃는 게 예쁜 그녀.

남들 이야기를 참 잘 들어주고,

밥과 반찬도 잘 해주는

생각만 해도 미소를 짓게 하는 미소.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그녀.

 

마지막 장면은 한강 근처에 외롭게 처진 텐트가 나온다.

아마 그 텐트 안에서 미소가 있겠지?

 

영화를 다 보고 느낀 점.

그녀를 참 단순하고 따뜻하며,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편견 없는 사람이다.

그건 미소가 친구를 대할 때도, 일을 할 때도 드러난다.

 

이 영화에는 연기 구멍이 없다.

진짜 가슴에 오랫동안 남고

벌써 4번째인가 본 영화.

 

 


그럼 여기서 Zion.T(자이언티)의 노래 “눈”과는 어떤 관계일까?

 

사실 이 영화와 이 노래가 어떤 연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처음부터 생각하지는 못했다.

 

대충 봤을 때의 공통점은,

겨울이 배경이라는 것과 안재홍이 등장한다는 것 정도?

 

그런데 이 영화를 두 번째인가 세 번째인가 보고 난 어느 날

"어? 뭔가 이상한데?"

라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좋아하는 검색을 해보았다.

 

역시나!

내 촉이 맞았다.

이 영화와 노래는 연결고리가 있었다!

그냥 뮤직비디오처럼 짧기보단

7분 14초로 구성된 짧은 영화 같다.

 

** 참고로,

소공녀 영화의 전고운 감독과

노래 눈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이요섭 감독은

부부이다 **

 

겨울날 한 고급 호텔,

예약 안 했냐고 짜증 내는 자이언티 뒤로

한솔 역의 안재홍이 등장한다.

그는 꾸깃꾸깃한 돈들을 탈탈 털어

조금 모자란 돈을 지불하고

호텔의 제일 비싼 방을 예약한다.

 

방에 들어와 창문의 커튼을 걷고

어색하게 침대에 잠시 누웠다 일어나,

가지고 온 짐을 푸는 한솔.

(야무지게 육개장 컵라면도 챙겨옴)

 

한 박스를 꺼내는데,

거기 안에는 갈색 코트가 보인다.

 

코트와 모자, 목도리를

풀어서 스탠드 옷걸이에 걸고,

멍하니 밖을 바라보다

작은 병에 담긴 위스키를 찻잔 위에 담는다

그 위스키는 미소의 최애인

Glenfiddich.

 

혼자 춤 연습을 하다 저녁이 되자,

양복으로 갈아입는 한솔.

 

일찍이 세워둔 코트를 애절하게 바라보며

마치 사람인 것처럼 껴안아

호텔방을 돌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순간 사람이 된 코트.

(여기서 사람은 영화 소공녀의 미소 역 배우 이솜은 아니다)

하지만 이 옷은 소공녀를 본 사람이라면 다 알겠지.

미소가 영화 내내 착장하고 있던 복장이다.

 

춤을 추면서 이 순간이 다시없을 것처럼 껴안고,

다정히 차를 나눠 먹는 커플.

못다 한 이야기들도 하고

침대에 누워 서로를 바라보며

눈이 오는 밤을 이야기로 지새곤 한다.

 

하지만 잠에서 깬 한솔 옆은

텅텅 비어있다.

쓸쓸한 기분의 한솔은

창문을 바라보며 눈물을 훔친다.

 

다음날 아침,

그는 사진 한 장 뒷면에 글씨를 쓴다.

 

" 2001일, 우리 약속처럼

눈이 왔다."

- 자이언티 "눈"

 

 

(이 장면 보는데, 푼수처럼 눈물이 났다ㅠ )

 

그 사진을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라는 책 사이에 넣고,

호텔방의 오래된 서적들 사이에 남기며

뮤직비디오는 마무리가 된다.

 

아마 "새"가 미소를 의미하지 않을까라고 추측했고,

책의 제목으로 유추해보건대

미소는 세상을 떠난 것 같다.

 

영화는 슬프지는 않았는데

이 뮤직비디오는 너무 슬프고 먹먹했다 ㅜㅜ

 

어떤 예능에서 봤었는데,

노래 녹음할 당시

감기 기운이 심해 다시 작업할 까 했지만

뭔가 더 애절한 느낌이 좋아

그대로 음원을 공개했다고 들었었다.

 

영화보다 음원이 먼저 공개되긴 했지만,

뮤직비디오가 영화의 뒷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좀 씁쓸하기는 하다.


하.. 소공녀 팬이라 오랜만에

포토샵으로 해보았는데

아 피곤해서 더 이상 못하겠다 ㅋㅋ

그리다가 지쳐서 결국 미완성본이지만

오랜만에 포토샵 해본 기념으로 올리는

나의 아트(잉?) ㅎㅎ

소공녀 artwork by 줄리KIM

 

생각보다 길이 길어져 조금 어수선한 것 같지만,

영화 "소공녀" 안 보셨다면 정말 추천드려요!

자이언티(Zion.T)의 "눈" 역시

꼭 뮤직비디오 함께 감상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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